2022년 7월 29일 금요일

[도서] '중세의 죽음'을 읽고서

 헤라클레스, 삼손, 다윗, 아더왕의 공통점은 무었일까? 

사실 이 셋은 단순히 기운이 센 장사라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모두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 신의 선택을 받은 전사 혹은 지도자라는 점과 '장사'라는 속성이 있다.

 헤라클레스는 탄생 자체가 반인 반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고, 삼손은 신의 선택을 받은 제사장, 다윗 역시 신에게 선택받아(=엘리야 선지자) 유대인의 왕이 되었으며 아더의 경우 탄생부터 멀린이라는 마법사로 부터 준비되어 엑스칼리버라는 신검을(처음에는 망치였다는 이야기가 있음) 바위로 부터 뽑아(처음에는 모루라는 이야기도 있음) 자신이 신으로 부터 선택 받은 전사임을 증명하는 식으로 신의 전사이며 자신의 무리의 우두머리(=지도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헤라클레스는 지금도 장사의 대명사나 마찬가지고, 삼손도 유대인 중 가장 기운센 장사라는 아이콘이며 다윗은 블라셋의 거인 '골리앗'을 하필이면 돌을 머리에 박아서 쓰러트려 자신이 힘을 증명하고 아더왕의 경우 그 속성이 부하로 분리되기는 했으나 그의 부하인 가웨인은 힘이 장사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아더왕의 경우 남들이 들어 올리지 못하는 무거운 신검을 들어 오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힘을 증명한 것이다)


2) 4명다 신의 기준은 커녕 세속적 기준의 도덕정 결함을 가진 행동을 한다

 헤라클레스는 아주 수시로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는게 일상이고(그리스 영웅 전체가 그렇게 도덕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있다) 삼손은 당시 유대인들 기준에서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외국인 여자와 혼인을 하기를 원했다. 다윗은 정권 초라면 모를까 자신이 왕에 올라가서는 비록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여자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여자와 아이를 가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 상대의 남편을 자살 공격대 선봉으로 내세우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는 행동을 했다. 아더왕의 경우 그 탄생(앞서 이야기한 다윗 왕 다음의 왕 솔로몬의 경우처럼)부터 영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이었고(유럽 신화나 전설에서 신이 남편의 모습으로 변신한체 남녀 관계를 가진다는게 드문 내용이 아니지만) 그의 사생아인 모드레드의 반란(그리고 그 사생아는 자신의 누이와의 관계로 태어난 아이다) 다시 왕비인 귀네비아는 왕의 기사 중 하나인 란셀롯과 부도덕한 관계였다.


3) 4명다 이 부도덕한 행동이 본인과 왕국의 파멸을 가져옴

 헤라클레스의 경우 어느 국가에 소속되어 본적이 없으니 좀 다르겠지만 역시 사실상 길가에서 마주친 사람(라기 보다는 하급 신)을 죽이고 다시 자신의 아내 외의 사람들 탐하다 이들이 복합적으로 만든 함정에 빠져 죽게 되었다. 삼손의 경우도 외국 여자를 탐하다 자신의 약점인 '긴 머리카락'을 잘리고 노예로 고생고생하다 이들에게 보복을 하고 죽게 되고 다윗의 경우 몇 세대가 걸리기는 하지만, 그런 부도덕을 통해 만들어낸 왕국이 결국 철권 독재 정치를 거듭하다 왕국의 분열을 낳게 되고(사실 솔로몬 대에도 왕국의 분열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종국에는 거의 근래까지 왕국은 멸망하게 된다.(물론 둘 사이에 시간 차가 있어 이걸 연결하는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아더왕의 경우도 왕국내의 온갖 부도덕한 사항들이 만들어낸 갈등이 부디치며  종국에는 왕국이 분열 파멸의 길을 걷게 되며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의 목슴 조차 잃게 되는 결말에 이르르게 된다.


이상과 같이 이들은 모두 문화권이 가까운듯 하지만, 반대로 서로 상이한 문화권(그리스/유대/영국)의 영웅들이나 서로간에 상당히 재미있는 공통점들이 있는 영웅들이다. 뭐랄까,신의 선택을 받은 슈퍼히어로 조차 현실이라는 문제에 던져 두면 결국 한계에 부딪혀 언젠가는 꺽인다는 점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들 모두 시작할 때는 신의 선택을 받은 선의 화신들이 현실 문제에서 타락을 거듭해 죽음이라는 몰락을 겪는다는 점은 상당히 재미있는 문제이다. 동시에 이들 영웅담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들이 현실의 문제 앞에서 보통 사람과 똑같이 고민하고 갈등하다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점이 이 이야기들의 재미의 핵심이다. 초인이 남녀상열지사에 극도로 고민하는 평범한 고민을 가지고 그 고민 끝에 내놓은 행동이 평범한 인간만 못한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가 왕국의 몰락이라는 파멸적 결론이라는건 이 이야기를 아주 극적으로 만들어 주며 동시에 '태어날 때는 영웅, 죽을 때는 괴물'이라는 클레셰를 아주 잘 따른 상황이라 본다.


4) 이 이야기의 종료 후, 이 인물들은 대중 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들의 가장 극적인 부분인데, 이 인물들은 사후 후대인들에게 이들의 부도덕한 행동과 파멸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대중 희망의 아이콘(상징)이 되어 준다는 점이다. 특히 어려운 시기가 와서 그 문화권이 어려워 질 수록 재미있게도 대중은 이 영웅들을 다시 희망으로 재 소환해서 그에 상응하는 인물이 다시 나타나길 기대한다. 어쩌면 이러한 신화나 전설은 그런식으로 나타난 인물이 자기 권력에 도취되어 파멸을 겪어 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일 지도 모른다.


만약 이 이야기들에서 힘(=폭력)이라는 요소를 빼고 도덕적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게 바로 '예수'일 것이다. 항상 옳바른 선택만 하고 도덕적 타락을 겪지도 않는다. 당연히 그의 죽음의 원인은 자기 '제자'의 배신에 의한 사건이며 그 탓에 어떤 의미에선 '도덕적 갈등'으로 인한 파멸 또한 없는'영웅담'으로써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대신 '예수'의 경우 부활을 통해 위의 영웅들이 달성 못한 '죽음'의 극복이라는 속성을 가지게 되며 이야기의 진정한 종결과 재미는 이 부활 부분일 것이다.


 추가 : 조금 시점을 달리 해서 보자면, 성전에서 장사를 하는 장사치의 좌판을 뒤엎어 버린 부분은 '장사'라는 속성을 부여해 준 부분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신화의 영웅들과는 달리 거대한 바위나 무거운 검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을 과감하게 들어 올려 깨 버렸다는 점이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속성을 부여해 준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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