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형체들이 나무 사이에 웅크리거나 누워 있거나 앉아 있었는데, 그것들은 고통과 포기, 그리고 좌절을 표현하는 온갖 자세로 둥치에 기대기도 하고, 땅에 들러 있기도 하고, 반쯤은 몸을 드러내고, 반쯤은 어둑한 빛 속에 감추어져 있었네. 벼라엥서 또 다른 폭발과 함께 발아래 땅이 가볍게 떨리더군.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네. 사업이! 그리고 이곳은 일꾼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죽으러 나오는 장소였던 거야.
그들은 천천히 죽어 갔다네-아주 분명한 사실이었지. 그들은 적도 아니었고, 점죄자들도 아니었네. 그들은 이제 이 세상 사람도 아닌 데다, 단지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뒤섞여 누어 있는 질병과 기아의 검ㅇ느 그림자들이었을 뿐이었네. 기간제 계약이라는 법률에 묶여 해안 구석구석에서 끌려와 체질에 맞지 않은 환경에 던져지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은 그들은 급기야 병이 났고, 일뿐으로서 쓸모가 없어지자, 그제야 기어 나와 쉬게 된 걸세. 죽어 가는 현체들은 공기처럼 자유로웠지만, 너무 야위어 공기만큼이나 가벼웠다네.
어둠의 심연(조지프 콘레드 지음/을유문학사 출판)
서평
1. 영화 '죽음의 묵시록'(Apocalypse Now) 나 게임 '스펙옵스:더라인'의 원작이 되어준 작품이라 해서 읽어 본 작품.
2. 그런데 쓰여진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렇게 직접적인 묘사는 없음. 만약 죽음의 묵시록 같은 막장 전개를 기대 했다면 다소 실망할 작품이지만, 위의 발췌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를 추측하게 하는데는 참 일품인 작품.
3. 지은이는 폴란드 출신의 영국인이라는 다소 기묘한 위치의 출생인지라, 식민지에 대해서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는게 이런 작품이 태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동시에 동유럽 특유의 음울함도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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